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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조영주 사장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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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7.08.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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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

   
조영주 KTF 사장의 2007년 신년 화두다. 여기에는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 전함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처럼 ‘죽기 살기’ 정신으로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시장에서 SK텔레콤을 누르고 1위에 오른다는 조 사장의 숙원이 담겨있다

지난 5월 29일 오후 경남 통영의 한산도. 조영주(51) KTF 사장이 충무공의 영정을 모신 사당에 들어섰다. 묵념을 올리는 표정이 자못 비장했다. KTF 임원과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등 50여 명이 뒤따랐다. 이들은 이순신 장군이 삼도 수군을 지휘하던 제승당에 올라 당시 해전도를 유심히 살폈다. ‘통영 경영전략 워크숍’은 조 사장의 지시로 열렸다. 서울 인근 리조트가 단골장소였던 데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현장에선 ‘이순신 리더십’ 전문가인 지용희 서강대 교수의 즉석 강의가 펼쳐졌다.

조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자며 ‘생즉필사(生則必死), 사즉필생(死則必生)’을 인용했다. 명량대첩이 벌어지기 직전 충무공이 병사들을 독려하며 쓴 문구다. 당시 이순신은 물살이 급한 울돌목(명량)으로 일본 수군을 유인, 불과 12척으로 133척의 적 함대를 깨뜨려 일거에 전쟁의 판도를 뒤바꿨다.

그는 이순신 장군 마니아다. 평소 이순신에 관한 것이라면 역사책, 리더십 관련 서적, TV 다큐멘터리 등 빠뜨리지 않고 챙겨 본다고 했다.

‘3G 전쟁’에서도 이순신의 전략을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이순신은 이른바 용맹하고 싸움을 잘하는 장수는 아니었어요. 용장(勇將)보다는 지장(智將)에 가까웠죠. 23전23승의 신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철저하게 ‘이길 수 있는 싸움’을 했기 때문입니다. 적을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유리한 전장으로 적을 끌어들이는 전법을 썼죠.”

그는 기존 2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KTF에겐 ‘이길 수 없는 바다’였다고 말한다. 효율이 높은 이른바 ‘황금주파수’인 800㎒ 대역을 선발 사업자인 SK텔레콤이 거머쥐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이 떨어지는 1.8㎓의 고대역 주파수를 쓰는 KTF가 통화품질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지국을 더 촘촘하게 설치해야 한다. 그만큼 돈이 많이 들었다. 같은 방식의 서비스를 하는 나라도 많지 않아 해외 로밍에도 불편이 많았다.조 사장은 3G라는 새로운 ‘전장’ 을 주목했다. 3G 서비스에서는 SK텔레콤이나 KTF나 똑같이 2.1㎓의 고대역을 쓴다. KTF의 약점이 강점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이미 기지국을 많이 만들어놓은 덕에 3G용 안테나만 달면 됐다.

‘철저한 준비’도 조 사장이 이순신에게서 감명을 받은 부분이다. 그는 2002년 월드컵 당시 KT아이컴 대표로 한-일 화상통화 시연을 성공시켰던 경험이 있다. 주변에선 현 기술 수준에선 무리라고 말렸다. 그 자신도 시연회 직전까지 성공을 장담하지는 못했다. “일본 업체 사장이 혹시 실패할까 봐 현장에 나오지 않았다가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달려오더라”라는 게 그의 회고담이다. 당시 밤을 지새우며 체득한 3G 관련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지금 약이 되고 있다. “경쟁사가 단기간에 통화 품질을 따라오긴 힘들 것”이라고 호언할 정도다.

이순신 부대가 규모에서 월등한 적을 상대로 자주 쓴 전법이 매복, 그리고 기습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세계 최초로 ‘진화한 3G 서비스’인 HDSPA를 상용화했다. 그러나 전국 서비스망 구축은 KTF가 빨랐다. 망 구축에 동원된 KTF 직원은 전국에서 6개월간 야간작업을 했다. 경쟁사에 동태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였다.

3월 전투가 벌어졌고 집중 포격이 시작됐다. 언론매체는 온통 ‘쇼를 하라’는 광고로 도배됐다.  '쇼(show)' 마케팅은 대성공을 거뒀다. KTF라는 사명을 숨긴 탓에 경쟁사의 3G 서비스마저도 쇼로 오인할 정도였다.

물량공세를 퍼부으며 조 사장이 갈구한 건 ‘첫 승리의 경험’이었다. 실제로 그는 “직원들 사이에 자신감이 싹튼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2005년 KTF로 오니 직원이 자괴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이것저것 다 해봤지만 안 되더라. 그냥 2위 몫이나 챙기자’는 겁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조영주 사장이 '쇼'를 내세우는 까닭은 만년 2위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에서다. KTF는 2G 이동통신에서는 소위 '황금주파수'라 불리는 800㎒를 SK텔레콤만이 보유하고 있어 SK텔레콤의 독식을 지켜봐야만 했다.

KTF와 LG텔레콤 등 1.8㎓ 대역을 사용하고 있는 후발 PCS사업자는 전파의 특성상 800㎒와 유사한 품질을 가져오려면 기지국ㆍ중계기를 약 1.5배 정도 더 설치해야 했다. 이는 결국 투자비ㆍ운영비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졌다. 조 사장은 "출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공정경쟁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3G에서는 KTF도 SK텔레콤과 동일한 2.1㎓ 대역을 사용한다. 같은 네트워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경쟁해볼 만하다는 입장이다.

KTF는 만년 2위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KTF의 색깔을 벗어던졌다. 대리점 간판을 KTF에서 쇼로 바꿨으며 임직원들의 명함도 KTF를 철저히 숨기고 쇼를 내세웠다. KTF는 하반기에 출시되는 단말기 중 90%를 3G로 내놓을 계획이다. 2G 가입자를 줄여나가며 3G 시장에서 한판승부를 내려는 의도다.

조 사장의 목표는 WCDMA에 관한 한 SK텔레콤을 꺾고 명실상부 1위가 되는 것. 이런 결의를 다지기 위해 올 초 임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는가 하면 지난 4월에는 직원들에게 '쇼의 열광적인 팬이자 홍보맨이 되자'는 영상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조 사장을 두고 업계에선 "부드러운 인품의 소유자지만 업무 추진에서는 어느 누구보다 날카롭고 뚝심이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조영주 사장은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인생·경영관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질문을 해도 장황한 답이 돌아오지는 않는다. 유들유들하진 않지만 진정성과 설득력이 돋보인다.

IMT2000 동기·비동기 논쟁에서 동기식으로 기운 KT 내 여론을 돌리고, 이후에도 대외협력부문장을 맡아 현안을 매끄럽게 처리해  이미 설득력을 검증받았다.

그와 가까운 KTF의 한 임원은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라고 귀띔한다.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는 스포츠 애호가이면서 주말이면 성가대에서 활동할 정도로 신앙생활도 열심이다.

좌우명은 경천애인(敬天愛人).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조 사장은 '내가 만나는 사람, 일 모두 귀하고 아름답다'는 말을 항상 되새긴다고 한다.

   

조영주 KTF 사장 약력

56년 경북 성주 출생. 종교는 기독교. 계성고와 서울대 토목공학과, 서울대 대학원 교통공학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글로벌정보통신정책과정 수료.

79년 15회 기술고등고시 합격, 99년 한국통신(현 KT) IMT2000 사업기획단장, KT 아이컴 대표이사, KTF 대외협력부문장 수석부사장, KTF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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